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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스트

#3. leave & rest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회사는 나오는 날 메신저를 탈퇴했고 사람들의 연락처를 지웠습니다.

그동안 사람에 많이 지쳐있었나 봅니다.

 

'다시 안만나려고? 연락처까지 지울 필요가 있어?'라는 주변 사람들의 물음에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못 만나면 어떡하냐고요? 그럼 거기까지가 인연인 거겠죠.

 

만난다는 것과 헤어진다는 것 모두 나 혼자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인연'을 믿으니까요.

 

회사를 그만둔 후 가장 큰 변화는 제 자신이 더 이상 '조급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일하느라 바빴고

퇴근하면 쉬느라 바빴고

주말이면 노느라 바빴던 지난 시간들.

왜 그렇게 바쁘기만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회사를 나오고 나서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옷 정리도 합니다.

하나씩 비워가는 삶이 저에게 잘 맞는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으니까요.

 

좋아하는 커피가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카페에서 직접 사 먹는 것 중에 하나였다면

이제 가장 좋아하는 커피는 '내가 직접 내리는' 커피입니다.

 

좋아하는 원두를 직접 구매해서, 좋아하는 그라인더로 직접 분쇄합니다.

좋아하는 드리퍼와 좋아하는 컵에 좋아하는 커피를 담습니다.

서두르지는 않아도 됩니다. 그저 천천히.

 

회사를 그만둔 지 3일이 지나니 이제 약간의 늦잠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커튼 사이로 비추는 아침 햇살을 느끼며

이불속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냅니다.

 

그동안 서두르고,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왔던 시간들과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하나씩 하나씩 배워봅니다.

 

때때로 근처 공원에도 나갑니다.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는 오전 11시. 이 시간에 이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설렙니다.

 

우리는 왜 그렇게 바쁘기만 할까요?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 무엇 때문에 가는지 알면서 가고 있는 것일까요?

서둘러 가는 것보다 어디로 가는지 제대로 알고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제부터 천천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내가 가야 할 곳이 어딘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아주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과 같은 여행을요.

 

일상 같은 여행을 합니다.

여행 같은 일상을 살고 싶기 때문에요.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그 무엇보다 특별하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특별한 일이 없는 하루하루가 사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하루가 아닐까요.

 

우리의 삶이.

우리의 일상이.

더욱 행복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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